28년 만의 미·일 엔화 공동매수, 진짜 이유는 미 국채금리였다
미국과 일본 정부가 28년 만에 엔화를 공동 매수하는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다.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엔화 약세가 미 국채금리를 끌어올리고 대미 투자 약속 이행까지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트럼프 행정부가 개입에 나선 배경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짚었다.

무엇이 일어났나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미국과 일본 정부가 공동으로 엔화 매수·달러 매도 개입을 실시했다고 밝혔고,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도 성명으로 이를 확인했다. 시장에서는 지난달 30일 밤부터 이달 1일 새벽 사이 간헐적 개입이 있었고 3일에도 추가 개입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과 일본이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공동으로 엔화를 매수한 것은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28년 만이다.
왜 중요한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 통화의 약세는 도쿄뿐 아니라 워싱턴에도 문제였다"고 짚었다.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엔화 가치가 미 국채금리(국가가 발행한 채권의 금리로, 시중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지표)를 끌어올릴 수 있는 데다, 일본이 무역협상에서 약속한 대미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다른 나라를 대신해 미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WSJ은 미 정부가 엔화 강세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엔화는 금리 격차 때문에 저리로 자금을 빌려 다른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자금조달 통화로 활용돼 왔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이 자금이 한꺼번에 청산될 위험이 있고, 이는 미국 국채 가격 하락(금리 상승)과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2024년 8월 엔 캐리 청산 조짐만으로 닛케이지수가 급락하고 S&P500도 크게 떨어진 전례가 있다.
생활에 미치는 의미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면 이와 연동된 미국 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함께 상승하는 구조다. 실제로 3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지난달 31일 5.28%까지 올라 2007년 7월 이후 19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투자자에게는 미 국채금리 변화가 글로벌 자금 흐름과 환율, 국내 대출·투자 시장에도 간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볼 수 있다.
맥락
WSJ은 미국이 일본의 대량 미국채 매각을 막으려는 목적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이 환율 방어를 위해 보유 중인 미국채를 대거 매각하면 이미 상승세인 미 국채 수익률에 추가 압력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체 이스트아시아아이콘의 폴 케이비 대표는 WSJ에 "미국은 엔화의 급격한 매도가 세계 금융 안정성을 훼손할까 우려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줄이려는 유인도 거론된다.


